[객원기자의 눈] 아파트 주차장서 버젓이 유사휘발유 주유

고유가에 배달장사 활개… 화재·환경오염 우려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주말 오후 대전시 동구 판암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 한 차량이 들어서더니 긴 호스가 달린 주유기를 꺼내 주차된 차량에 유사휘발유를 주유하기 시작했다.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주유기를 들어 주차된 승용차에 주유를 시작했고 순식간에 주유를 끝내고 차량은 유유히 아파트에서 빠져나갔다.

국제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이 여전히 1600~17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 유사휘발유를 찾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또 이들은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도 아파트 주차장까지 버젓이 들어와 주유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재 위험은 물론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우려되고 있지만 일반 차량을 이용해 단지 내에 진입하고 있어 단속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전시 동구 판암동 A아파트 주민 이상태(55)씨는 “아침에 주차장에 와보면 차량 창문에 유사휘발유 판매를 알리는 명함형 전단이 꽂혀 있기 일쑤인데 이런 유사휘발유를 실은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해 위험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사휘발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김모(38·대전시 동구 판암동)씨는 “예전에는 시내 외곽지역에서 몰래 주유를 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집에서 배달시켜 넣을 수 있어 오히려 편하다”면서 “유사휘발유의 경우 폭발과 엔진고장 등의 위험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ℓ당 500~600원 이상 저렴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서민들의 마음도 이해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유사휘발유는 제조 판매업자 뿐 아니라 이를 알고도 사용하는 운전자 또한 처벌을 받게 돼 있어 사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한 달이면 수 백 만원 이상을 벌 수 있는데다 적발되면 수십 만원에서 많아야 200만~3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된다는 생각에 단속에 실효성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니만큼 운전자 스스로 유사휘발유 사용을 자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성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