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인간의 두 얼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종희]인간의 두 얼굴

[시론]김종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6-25 21면
  • 김종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김종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얼마전 교육방송(EBS) 연작 프로그램인 ‘인간의 두 얼굴’은 상황의 힘이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해 큰 반향을 불렀다. 긍정적 상황의 힘은 이러하다.

▲ 김종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김종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서울의 한 골목길에 쓰레기가 넘쳐나 주민들과 구청이 살벌한 경고문도 붙이고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봐도 오랜 시간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구청과 협의해 쓰레기가 넘쳐나는 그곳에 아주 작은 화단을 만들어 놓고 관찰해 보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쓰레기를 들고 나와 그곳에 버리려던 사람들은 앙증맞은 꽃이 피어있는 낯선 풍경, 화단을 목격하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되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동안 덕지덕지 붙여 놓은 강력한 처벌 경고문이나 CC-TV가 만능처럼 여겨졌지만 아주 작은 상황변화만 있어도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물론 이와 반대의 상황으로 쓰레기가 없던 곳에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면 금새 쓰레기장이 되버렸듯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두 얼굴을 목격한다.

몇 년전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전동차에 끼인 사람을 구하기 위해 25t이 넘는 전동차를 밀어 부치는 사진이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숫자 3의 법칙’이라는 것인데, 세사람이 어떤 상황을 만들면 금새 수십, 수백명이 그 상황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한 두사람이 하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일을 3명 이상이 나서면 제 4,5의 동조자가 나선다는 법칙이다.

상황의 힘과 함께 미디어의 영향력을 동시에 보여 주는 실험도 꽤 흥미로웠다.

‘가’반 초등생에게는 한 어린이가 할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사는 동영상을 노출시켰고 ‘나’반 학생들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그날 방과후 선생님은 각 각의 반 아이들에게 ‘내일 학교에 올때 이웃돕기 성금을 가져오라’고 했고 다음날, 동영상을 봤던 ‘가’반 학생들은 대부분 성금을 가져왔을 뿐만아니라 그 액수도 많았다.

반면 ‘동영상’을 경험 하지 못한 ‘나’반 학생들은 성금 목적보다는 평소 가지고 있던 용돈을 성금화해 내는 경향을 보인데다 모금액도 적었다.

‘가’반 학생들에게는 전날 보았던 어린이의 딱함이 뇌리속에 남아 곧바로 성금을 내야한다는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선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처럼 긍정적 상황과 그에따른 가치있는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상황에 따라 끔찍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수십년전에 미국에서 있었던 실험사례로서 피실험자 앞에는 50V(볼트),100V,150V,300V등 전압 스위치가 있고 피실험자가 볼 수 없는 건너편에는 전선에 사람이 연결돼 있다고 속였다.

실험자는 방안에 있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오답을 내면 피실험자에게 정해진 전압 스위치를 올리도록 ‘명령’했다. 물론 방에 있는 사람은 오답만 내도록 사전에 각본이 돼 있었다.

실험자는 이에앞서 동료 심리학자,사회학자들에게 과연 인체에 치명적인 전압스위치를 올리라는 ‘명령’을 거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 사전에 문의해 봤다.

응답자들은 약 5% 미만으로 ‘희망’했으나 실제는 70% 가까이 자신의 행위(고압 스위치 올리기)가 방안의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경험과 학습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명령에 따랐던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마치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가능했던 ‘상황’이지 않았나 하는 상상을 해보니 매우 섬뜩했다. 두 말할 나위없이 이러한 ‘상황론’에 따른 행위와 결과가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되지는 않는다.

고전적 진화론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유전자에 따라 타인과 환경을 상대로 무한 경쟁과 극복을 통해 살아남으려 하고 후세를 보전한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기적 인간이 왜 자신을 희생하면서 이타심을 갖나’하는 의문을 풀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 팀은 감정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면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증가해 나를 희생하더라도 상대방을 돕고 싶다는 이타심이 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친해지면 돕고 싶은 호르몬이 생기며 스트레스는 감소하는 이타심으로 사회적 친밀도가 높은 사람은 더 건강하고 오래 살며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병에 잘 걸린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두 얼굴 가운데 어느 모습을 좀 더 자주 보여야 할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아산소방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 수상학교 시상
  5.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