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포도품종 따라 ‘천의 얼굴’드러내

[와인이야기]포도품종 따라 ‘천의 얼굴’드러내

[박한교 교수의 와인이야기]⑨ 레드와인을 만드는 주요 포도품종들 (1)

  • 승인 2007-04-05 00:00
  • 신문게재 2007-04-06 9면
  • 박한표 교수박한표 교수
강한 카리스마 레드와인의 ‘황제’
까베르네 쏘비뇽
(Cabernet Sauvignon)

이 포도품종은 포도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우며 씨가 큰 것이 특징이다.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색깔이 진하며 탄닌이 강한 맛을 낸다. 따라서 숙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맛이 거칠고 떫은 편이며 야채 냄새가 강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신맛과 탄닌 맛이 조화를 이뤄 복합적이고 훌륭한 맛과 향을 낸다.

이 포도품종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보르도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처럼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공기 소통이 잘 되는 척박한 자갈밭에서 잘 자란다. 그리고 칠레나 호주 등에서도 까베르네 쏘비뇽을 단일품종으로 하거나 또는 다른 품종과 블랜딩하여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품종은 늦게 싹이 터 늦은 가을에야 완숙에 이르는 품종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더운 기후에서나 비옥한 땅에서는 포도 주스처럼 느껴질 수 있고, 너무 선선한 곳에서는 완숙에 이르지 못해 풋풋한 풀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 이 포도품종은 자갈이 많은 토양인 프랑스 보르도의 메독과 그라브 지방 와인을 만드는 대표 포도품종이다.

블렌딩의 마술이라고 하는 보르도 와인은 몇 가지 품종을 섞어 맛과 향을 만드는데, 까베르네 쏘비뇽이 와인의 골격(맛의 구조)을 형성한다. 사람으로 치면 척추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메독 와인 특유의 강하고 텁텁한 맛은 바로 까베르네 쏘비뇽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잘 숙성된 까베르네 쏘비뇽으로 만든 와인은 삼나무 향, 블랙 커런트 향, 연필 깎은 부스러기 향 등이 난다. 쇠고기나 양고기와 잘 어울린다.


이웃아저씨처럼 ‘부드러운 신사’
메를로
(Merlot)

이 포도품종의 특징은 포도 알이 크고 껍질이 얇으며 탄닌 성분이 적어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마시기에 편하여 요즈음 가장 인기가 있는 품종이다.

메를로는 색깔과 향이 뛰어나며 맛이 유순하고 부드러워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 품종은 조생종이다. 일찍 싹이 터 초가을이면 완숙에 이른다. 이 때문에 초봄에 꽃샘추위를 가장 두려워한다. 점토질의 차가운 토양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특히 프랑스 보르도의 뽀므롤(Pommerol) 지방처럼 철분이 많이 함유된 진흙질의 토양에서는 까베르네 쏘비뇽 못지않은 색깔과 향을 내며, 보관용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프랑스의 보르도지방에서는 메를로와 까베르네 쏘비뇽을 섞어서 와인을 만든다. 까베르네 쏘비뇽의 강한 맛과 메를로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새로운 섬세하고 복합적인 와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토질 토양인 보르도의 쌩떼밀리옹 지역과 위에서 말한 뽀므롤 지역은 주로 메를로 품종을 재배한다. 그 유명한 쌩떼밀리옹의 샤또 오존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는 뽀므롤의 샤또 뻬뜨루스가 이 메를로를 주된 품종으로 하여 만든 와인이다.

이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머루 같은 검은 과일 향, 바닐라 향 그리고 사냥고기향이 난다. 그리고 이 와인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단맛을 풍기는 부드러운 고기요리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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