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비노·바인… 인류와 동고동락
최후의 만찬서 ‘예수의 피’ 상징
18세기 역병예방 등 약대용 쓰여
포도주가 영어로는 ‘와인(Wine)`, 프랑스어로는 ‘뱅(Vin)`, 이탈리아어로는 ‘비노(Vino)`, 독일어로는 ‘바인(Wein)`이다. 이 말은 모두 라틴어 ‘비눔(Vinum, 포도를 발효시킨 것)`에서 나온 말이다. 와인은 라틴어의 말처럼 잘 익은 포도의 당분을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와인은 다소간의 알코올과 독특한 맛과 향기 때문에 오래도록 인류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음료이다.
와인은 제조과정에서 물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와인의 원료인 포도는 기온, 강수량, 토질, 일조량 등의 자연적인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와인 역시 그와 같은 자연요소를 반영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 병의 와인 속에는 포도가 자란 지방의 ‘멋진 조화`가 함께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와인 속에서 와인이 나온 먼 고향의 이슬, 농부들의 땀 등을 느껴야 한다.
이런 와인이 우리 인류에게 어떻게 생겨났을까? 와인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포도가 자라고 사람이 사는 어느 곳에선가 우연히 만들어졌을 것이다. 포도를 따서 그대로 저장해두면 포도껍질에 묻어 있는 효모에 의해 발효가 일어나 저절로 술이 되 인류가 마시기 시작한 최초의 술이었을 것이다.
인류가 아직도 수렵 채취의 단계에 있을 때, 한 원시인이 우연히 들판에서 많은 야생 포도를 만난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배불리 먹었으나 그래도 많이 남자, 긁어모아 근처의 움푹 파인 바위에 숨겨둔다. 그러나 그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다가, 어느 날 다시 가보았더니 포도는 다 으깨어졌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물만이 남아 있었다.
너무 속상해서 그 물을 손으로 떠 마셨더니 매우 달콤했고 어쩐지 온 몸에 열기가 오르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단다. 이렇게 해서 인간은 와인을 만드는 법을 발견하였을 것이라고 우리는 추정해 본다. 왜냐하면 과일은 자연 속에서도 발효하여 술이 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연 발효주의 시작, 그리고 와인의 탄생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렇게 포도주의 역사는 매우 깊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
인류 초기에는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음식물들이 쉽게 상하고, 물도 깨끗하지 않아 많은 질병들이 발생하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와인은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포도 껍질에 묻어 있는 효모 이외의 생물이 자랄 수 없어 균의 침투가 되지 않아 위생적인 음료로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다.
실제로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이 살균·이뇨작용뿐만 아니라 병의 회복을 돕는다고 극찬했으며, 18세기 까지만 해도 와인이 몸속에 들어가면 피가 된다고 믿어 산후 조리, 노화방지, 역병 예방 등 약 대용으로 쓰였다. 그리고 과거에는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교회나 수도원이 많았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에게 피를 의미하는 포도주를 나누어 준데서 가톨릭 미사의 성찬식에 없어서는 안 될 음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