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탐조 교육접목 자연소중함 가르치고파
천수만 보전과 개발방안 새. 사람 공동과제
“학생들이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아름답고 값진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그 이후는 스스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조류 전문가이자 환경지킴이로서 방학중에도 학술발표와 탐조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서산여자고등학교 김현태(37)교사. 그는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며 그 소중함을 가르치고 싶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포부를 갖고 있는 진정한 ‘환경 지킴이’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서산지구 생태계변화 관찰요원으로 위촉받아 철새 도래지인 서산 일대 생태계에 대한 그의 애착은 더욱 커졌다.
김 교사는 조류연구를 하면서 느낀 환경의 중요성을 정신적이고 심미적인 가치라고 단언한다.
김 교사가 탐조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공주사대 1학년 시절 대구의 흑두루미 생태조사를 갔다가 만난 고방오리(pintail)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서다.
그는 이후 야생의 새들을 찾아다니게 됐다. 때문에 인터넷 통신에서 그의 닉네임은 ‘pintail’로 통한다.
많은 환경지킴이들이 오프라인에서 주로 활동한다면 김 교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겸비한 운동가다. 때문에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특히 젊은층에 인기가 높고 방문자가 많다. 초고속 인터넷이 개통되고 얼마 되지 않은 1996년 11월 자신의 홈페이지 문을 열어 9년의 세월동안 방문자가 무려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김 교사는 “각종 정보의 공유를 통한 조류지식의 발전으로 탐조인구의 증가가 이뤄진 것이 가장 큰 보람이자 자랑”이라며 “홈페이지에 우리나라 500여종의 새 가운데 약 300여종의 사진과 각종 환경관련 자료들이 저장되어 있어 제게는 매우 소중한 자료”라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다.
김 교사는 환경운동을 새 연구를 통한 학문적 입장에서 접근한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대구 ‘파호동’에서 처음으로 만난 ‘야생흑두루미’는 주변이 개발되면서 일본의 ‘이즈미’ 지역으로 날아갔다”며 이사실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에도 금강하구에서 번식하던 ‘쇠제비갈매기’와 ‘흰물떼새’가 새만금 매립공사로 번식지를 잃어간 것에 대해 새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로서 가슴 아파했다.
더욱이 홍성군 어사리와 궁리, 안면도 영목과 곰섬, 태안 소원면 등 국제적인 희귀 새들의 천국이 해가 갈수록 사람들의 손을 타면서 그 수와 종류가 적어지는 것에 분노까지 느껴야 했다.
결국 그는 좀더 활발한 새 연구와 환경운동을 위해 1997년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이자 철새의 낙원이었던 서산간척지 인근 서산여고로 학교를 옮겨 일대를 관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아름다운 환경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정신적인 심미적인 가치를 인간에게 주고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있어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다소 과격(?)하기까지 한 그에게도 최근 천수만 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래저래 걱정거리다. 이제 이것마저도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5월 서산 인근 지역민들이 생태자연도 지정과 관련해 철새보금자리에 불을 놓자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갈등의 해소방법을 찾기 위해 김 교사는 고민에 빠져있다.
김 교사는 새를 보호하고 새를 보러 다니는 것이 전부인 자신은 “새의 편에서 그저 안타깝고, 천수만이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좀 더 철저한 보호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하지만 지역민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저 또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개발과 보전의 문제는 서산간척지의 현재 상황인 철새도래지로서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어려운 점을 파악해 문제해결 방안에 국가가 직접 나서야 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대안 없이 보존만
▲ 조류전문가이자 환경지킴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현태 교사가 조류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좌측사진은 김 교사가 촬영한 가창오리떼의 군무모습. |
그는 ‘이 문제 해결이 가까이서 천수만을 관찰해온 자신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김 교사는 환경보호의 미래는 청소년에게 달려있다고 믿고 있다.
최근 대전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생물과학협회 정기학술발표에서는 ‘탐조(探鳥)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청소년 체험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험활동이 강조되는 7차 교육과정에서 탐조라는 분야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적용시키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가를 이론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학생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체험토록 하고 이를 지켜가도록 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을 우리의 교육과정에서 접목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
김 교사는 지난겨울 극지연구소와 한국문화재단의 초청으로 남극 세종기지를 반문해 탐조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서 사람과 자연환경이 어떻게 가깝게 지낼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그는 “남극가마우지(Antarctic Shag)는 사람이 멀리서만 보여도 물속이나 하늘로 날아 도망가기에 바쁜데 멀리서 망원렌즈로 촬영하던 저를 전혀 경계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펭귄을 관찰할 때는 아주 멀리서 먹이를 먹던 남극가마우지까지 제 앞으로 날아와 저를 유심히 오랫동안 관찰하고 날아가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환경이란 사람과 새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과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 교사는 겨울에 서해안에 찾아오는 갈매기류의 구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에 주로 찾아와 생활하는 녀석들이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의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통상 ‘재갈매기’로 불리는 갈매기는 몽고내륙갈매기(Mongolian Gull) 시베리아갈매기(Siberian Gull) 등 6~7종의 종들이 뒤섞여 종간 잡종을 형성하고 번식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만 보이는 특산종을 찾아내어 한국갈매기(Korean Gull)란 이름이 붙이고 싶다”며 갈매기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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