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사람들<72. 개장수 김인구 1>

  • 오피니언
  • 천둥 사람들

천둥 사람들<72. 개장수 김인구 1>

양철집을 싸고도는 고양이 울음

  • 승인 2005-07-25 00:00
  • 글=이창훈 / 그림=송정훈글=이창훈 / 그림=송정훈
새벽안개가 걷히며 여자 사타구니 둔덕 같은 외봉 민둥산이 드러났다. 그러자 그 아래로 검은 수풀이 울타리를 이룬 양철지붕집 개사육장이 보였다.

“주문한 괭이 두 마리 놓고 갑니다. 찾는 손님들에게 관절염에는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권해주슈.”
도시 쓰레기더미 주변에 덫을 놓아 잡은 고양이를 팔고 있는 사내는 걸머지고 온 자루를 섬돌 위에 집어던지고는 어깨에 어둠을 가득 짊어진 채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아, 앙, 앙앙….”

섬돌 위 어둠이 꾸물꾸물 움직이며 사내가 내던진 자루에서 새어나온 고양이 울음이 양철집을 싸고돌았다.
“목줄을 따 뒤뜰에 던져 놓을 것이지. 남의 방 앞에….”

자루 속 바둥대는 그 울음소리가 방안에서 모포를 뒤집어쓰고 누운 김인구의 귓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또 모포를 입에 물고 돌아누웠다.
“으앙! 앙앙앙!”

이리 누우면 이리 따라오고 저리 누우면 저리 따라오는 그 울음소리를 인구는 몇 년 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에게서였다. 피조개 같은 입술을 벌린 채 눈을 감은 그녀에게 입을 갖다댈 때면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르는 그런 교성을 내곤 했다.

그때 가슴봉우리라도 지그시 눌러주면 그녀는 숨까지 막히는 듯 자스민 향을 토해내기도 했었다.
다시 고양이의 버둥거리는 소리는 끈적끈적 인구의 귀청에 달라붙고 있었다. 이제 고양이의 신음은 인구 피부 속 숨은 핏줄을 불러냈다.

그는 모포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아랫도리 남성을 움켜쥐었다. 인구는 그녀와 헤어진 후 일어설 줄 모르는 슬픈 고깃덩어리를 욕지거리를 뱉으며 흔들어 댔다.

“아작 아작 씹어 먹을 년! 신라면 끓일 때 대파와 함께 숭숭 쓸어 넣어 먹을 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5.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