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라이브러리’ 위기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 형질전환 초파리 라이브러리가 고스란히 외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국내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더구나 형질전환 초파리는 암, 파킨슨병 등 불치병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유전자 정보 획득을 위한 것이어서 과학기술계가 원천기술의 해외유출을 우려하는 등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주)제넥셀과 유성구청에 따르면 폐기물처리 비용 문제를 두고 관계당국과 이견을 보이면서 2만 5000종의 형질전환 초파리를 절반 이상 감축하거나 라이브러리 전체를 미국 버클리대, 스탠퍼드대 등으로 넘겨줘야 할 입장이다.
초파리 유전자 정보를 연구, 의학·제약회사 등에 제공하는 제넥셀은 지난 2002년 유성구청에 일반폐기물 배출신고를 한 이후, 초파리 사체 등 한 달 3t에 이르는 초파리 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처리해 왔다.
그러나 당초 일반폐기물 신고필증을 배부했던 유성구청은 올해 초 한국감염성폐기물공제조합으로부터 진정서를 받은 이후, 이 회사의 폐기물을 감염성 폐기물로 규정하고 ‘감염성 폐기물 처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제넥셀이 초파리 폐기물을 감염성 폐기물로 처리하려면 연간 1억 5000만원에 달하는 추가 처리비용을 감당해야 해 사실상 라이브러리 운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 회사는 현재 보유한 형질전환 초파리를 절반 이상 감축하고 나머지는 미국 게놈프로젝트 컨소시엄에 넘겨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치매, 암, 파킨슨 병 등 각 종 질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세계적인 게놈 검색 시스템이 외국 경쟁업체로 넘어가게 돼, 유전자 조작 초파리 역수입 등 우리나라 게놈연구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재섭(42) 제넥셀 대표는 “우리회사가 배출하는 초파리 폐기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을뿐더러 당초 유성구가 일반 폐기물로 승인을 해 준 만큼 이번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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